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이 가창오리와의 충돌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2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진행 현황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가창오리로 확인됐다. 가창오리는 겨울철 한국을 찾는 대표적인 철새로,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무안공항 CCTV 영상에서는 사고기가 복행 중 새 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고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 경고를 받은 지 1분 만에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시간대를 살펴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 경고를 받았다. 이후 8시 58분 11초에 기장과 부기장이 항공기 아래쪽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고, 39초 후인 8시 58분 50초에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의 기록이 모두 중단됐다.
조종사는 8시 58분 56초에 복행 중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고, 활주로 19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착륙을 했고,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9시 2분 57초에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는 복행 때 발생한 조류 접촉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것의 연관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로컬라이저 둔덕과 조류 영향에 대해서는 별도의 용역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조위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기초 조사 내용을 담은 예비보고서를 이달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제출하고 누리집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사고기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인해 무안국제공항의 조류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무안공항은 철새 도래지와 인접해 있어 평소에도 조류 충돌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공항의 조류 탐지 및 퇴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공항들의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철새 이동 시기에 더욱 강화된 감시 체계와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사고로 인해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으며, 연예계에서도 각종 행사와 방송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애도 분위기에 동참했다.
사조위는 앞으로도 유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조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항공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사고 조사 결과와 후속 대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