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초등생 장기 기증 화재 사고로 숨진 12살 소녀의 마지막 선물

노란선피 2025. 3. 3. 22:39

인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12살 초등학생이 사고 발생 닷새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유족은 의료진의 사망 판정 후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지난 2월 26일 오전 10시 43분경 인천시 서구 심곡동의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집에 혼자 있던 초등학교 5학년 A양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A양은 방학 중이어서 집에 혼자 있었다. 어머니는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 상태였다. 화재 발생 후 닷새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A양은 결국 3월 3일 오전 11시 5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초등생 장기 기증

 


A양의 어머니는 "며칠 전 딸이 뇌사 판정을 받았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 절차에 대해 들었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심장과 췌장 등 장기 4개를 기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수의사를 꿈꿨는데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장기기증의 중요성과 함께 어린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A양은 지난해 9월 정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른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 5차례 포함됐으나, 부모의 맞벌이로 소득 기준을 넘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장기기증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뇌사자 장기기증은 7.2명으로, 스페인 36명, 미국 26.1명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생존자 장기기증은 37.1명으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여전히 장기 이식 대기자 수가 실제 기증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장 이용 비용 면제, 장기 기증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는 생전에 장기 기증을 약속한 경우 유족이 반대하더라도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페인의 경우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장기기증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어릴 때부터 그 가치를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단체가 초중고교에서 생명존중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A양의 안타까운 사연은 우리 사회에 장기기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한 어린 생명의 마지막 선물이 여러 생명을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어린이 안전과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